WORBEY AND FARRELL FOUR HANDS ON ONE PIANO, 2016
조금은 생소한 피아노 뮤지컬 듀오인 워비 & 패럴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지난 겨울 론 브랜튼의 재즈 크리스마스 공연을 감상했던 이후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을 다시 찾았다. 사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프로그램 리스트의 곡만 보고 티켓팅을 했던 터라 아티스트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피아노 한 대를 두고 두 명의 남자가 함께 연주한다는 것 정도가 내가 그들에 대해 아는 전부였으니.
클래식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싶다는 그들의 인사말처럼 워비와 패럴은 정말 익살꾼들이었다. 특히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며 칵테일을 제조해내는 순간에는 객석 여기 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면 그들을 만담꾼 내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만큼 위트있고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곡은 역시 Bohemian Rhapsody와 Rhapsody in Blue. 어떻게 편곡해도 좋아할만한 곡이기는 했지만 익살스러우면서도 진중함이 묻어나는 워비 & 패럴의 해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정신없이 신나다가도 또 한없이 우울해질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경험인가!
M씨어터가 큰 극장이 아니여서인지 무대 위의 아티스트와 교감하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고 그 때문에 더욱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대다수의 뮤지션들이 그렇기야 하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을 통해 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내 상상 속에서는 분명히 만족감이 충만하게 넘쳐흐르는 그런 기분일 것 같은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